아파트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구조는 중요한 선택 사항 중 하나이죠.
90년대까지만 해도 아파트는 일자 형태의 판상형 구조가 대부분이라 성냥갑이라고 불리기도 했는데요.
2000년대 초반에 들어오면서 타워 형태의 탑상형, 판상형과 타워형 아파트를 결합한 복합형 등이 등장하며 선택할 수 있는 구조가 다양해졌습니다.
또 생활 편의를 높이고자 주거공간과 상업공간을 한곳에 배치하는 주상복합 아파트가 새롭게 선보이며 주거 선택의 폭이 넓어졌죠.
이처럼 밀레니엄 이후에나 다양한 형태의 아파트가 등장했다는 생각과는 달리 과거에도 남다른 구조의 아파트들이 있었다고 전해지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영등포구 신길동에 있는 대신 아파트는 총 3개의 동이 Y자 형태로 연결되어 있는 특이한 구조의 아파트인데요.
1971년 지어진 해당 건물은 지하 1층~지상 5층의 아파트로 총 242세대가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신 시장과 연결되어 나름 주상복합 아파트라고 볼 수 있는데요.
사실 Y자 형태는 만들기도 까다로워 건설업계에서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구조이죠. 또한 거주민들조차 길을 잃을 수 있어 입주를 꺼려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Y자 구조는 안정감을 줄 수 있어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고, 채광이나 환기에도 매우 우수한 구조이죠.
1층은 아파트 상가와 시장 있고 2층부터 5층까지는 주차장과 아파트가 있는 형태인데요. 총 3개동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A동은 관악구 방향, B동은 금천구 방향, C동은 여의도 방향으로 뻗어져 있죠.
또 특이한 것이 A, B동은 4층으로 이뤄진 반면 C동은 5개 층으로 ‘스킵 플로어’방식으로 지어져 동간 층수가 다릅니다.
스킵 플로어란 동간 높이를 엇갈리게 연결해서 반개층만 가는 느낌을 주어 이동이 용이하게 만드는 방식이죠.
벤츠를 연상시키는 Y자의 특이한 외형과 시장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대신 아파트는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서울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동대문 아파트도 특이한 모양으로 영화 촬영지로도 사용되며 화제가 되었는데요.
가운데 중정을 두고 ㅁ자 형태로 아파트 동들이 둘러싸여 있는 동대문 아파트는 1965년 지어져 55년의 세월을 견딘 건물이죠.
지금은 홍콩 거리에서나 볼 법한 건물이지만 70년대 동대문 아파트는 꿈의 아파트였다고 하는데요.
개그맨 이주일, 명계남, 백일섭 등 당대에 내로라하는 연예인들이 많이 살았다고 해 한때는 ‘연예인 아파트’로 더 잘 알려진 곳이었습니다.
현재 1층에는 서점을 비롯해 여러 사무실과 중앙공원이 있고 2층부터 6층까지는 거주 공간으로 총 131세대가 살고 있죠.
20년을 넘게 살고 있다는 주민은 오래되었지만 설계가 완벽한 아파트라고 칭찬했는데요.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해 보수 공사만 한다면 계속 살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반 백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재건축의 위기 또한 수도 없이 있었지만, 종로구에서 보수공사를 지원해 줘 현재는 하수구 보수는 물론 외관까지 공사를 잘 마쳤다고 하죠.
동대문 아파트의 역사적, 문화적 생활사적 가치를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입어 현재는 미래유산 아파트로 선정되었습니다.
1966년 준공된 서대문구 좌원 상가아파트는 우리나라 최초의 주상복합 아파트인데요.
최초의 주상복합이라고 알려진 세운 상가보다 더 오래됐으며 상가와 아파트가 결합된 최초의 아파트이죠.
좌원 상가아파트는 사다리꼴 모양의 형태로 두 개의 천장으로 구분해 환기와 채광이 가능하게 만들었는 구조인데요.
현재는 천장을 막아놔 예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총 4개 층으로 구성된 아파트는 여전히 1~2층에 상가들이 운영 중이며 3~4층은 주거 공간으로 사용하는데요.
총 150개 세대 가운데 100호 정도가 거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죠.
분양 당시 일간지 광고에는 ‘고급 맨숀 아파트’로 소개되기도 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예전의 명성을 찾아볼 수 없고 이제는 붕괴 위험도 제기될 정도인데요.
하지만 소유관계가 복잡해 재건축에 어려움을 겪었고 주변에 아파트촌이 들어서는 와중에도 정비의 기회를 갖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작년 3월 정밀안전진단 결과 즉시 이주가 필요한 E 등급 판정을 받을 정도로 구조 안전상 위험한 상태에 이르게 되는데요.
이에 서대문구는 좌원 상가 정비를 도시재생 뉴딜 인정 사업으로 추진하기로 하고 이에 지하 6층~지상 34층의 주상복합 건물로 재건축을 선언합니다.
수십 년 전에 이미 판에 박힌 구조가 아닌 놀라운 실험 정신을 담은 아파트들을 만들었다는게 놀랍기만 한데요.
세월이 흘러 이제는 추억 속으로 사라져야 한다는 사실이 아쉽기도 합니다.